영화_코믹 / / 2023. 1. 10. 23:44

주성치 감독`서유기 모험의 시작` 줄거리

영화 `서유기 모험의 시작`을 소개합니다. 영화 배우 출신 주성치의 `2015년 출품작입니다.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 속에 자신의 인생 가치관을 녹여낸다고 합니다. 그것이 그림이든 노래이든 연기든 말입니다. 과연 그는 그의 인생을 어디에 어떻게 표현해 냈을까요? 줄거리부터 들여다 보겠습니다.

달빛 아래 춤 추는 수치

젊은 삼장법사

두 산맥을 연결해 군락을 이룬 작은 어촌 마을이 보입니다. 어부로 보이는 한 중년의 남자가 어린 딸이 호수에 빠질까 걱정되어 물속 요괴 얘기로 겁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명랑한 아이는 아버지말을 믿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아버지는 그런 아이와 장난을 치며 놀다 아이를 울려버리고 당황한 아버지는 자신의 출중한 수영 실력을 뽐내며 이리저리 물장구 치며 장난을 칩니다. 아비의 노력에 감흥이 된 걸까요? 어느 순간 눈물 범벅이던 아이의 얼굴이 쨍하고 웃더니 까르르 웃음이 터집니다. 하지만 그 순간 아버지는 무언가에 이끌려 사라져 버립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딱 봐도 사이비 적인 도교승이 나타나 자신의 머리보다 더 큰 폭탄을 강으로 투하합니다. 엄청나게 큰 가오리 한 마리가 떠오르자 요괴를 잡았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수당을 받아냅니다. 하지만 때마침 길 가던 더벅머리의 젊은 수도승이 진짜 요괴는 잡히지 않았다며 호수에 들어가지 말라 경고합니다. 억울함. 주성치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초라한 행색과 믿도 끝도 없어 보이는 포용적인 자세가 그저 만만하기만 합니다. 그들은 떼로 달려와 자신들을 또 공포에 몰아 넣는다며 그를 구타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 유약해 보이는 수도승은 인도에서 불전을 구해 돌아온 서천취경의 주인공 삼장법사 현장(玄奘)이었습니다. 삼장 역할을 한 남자 주인공은 연기 잘하기로 유명한 문장이라는 배우인데 공교롭게도 그는 과거 당나라 수도였던 지금의 장안 출신이기도 합니다. 중국에는 불교를 믿는 사람이 아직 많아 역사적 인물인 현장을 연기만 잘한다고 아무나 시키진 않았을 것이다 혼자 뇌피셜을 굴려봤습니다. 아무튼 이리저리 천대받으며 걸핏하면 두들겨 맞기 일쑤인 그는 결국 사람들에 의해 손이 묶여 장대에 걸리고 맙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를 물속에서 지켜보던 진짜 요괴가 그가 물로 떨어지길 바라며 나타납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지겹게 경고하는 떠벌이도 입막음 했겠다 오랜만에 모두 물 속에 들어가 맘껏 수영하며 즐기고 있던 찰라였습니다. 요괴는 여유롭게 사람들을 하나둘 잡아먹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를 눈치채고 놀라 뭍으로 올라갔을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라진 후였습니다. 그리고 사라진 사람 중에 방금전 아버지를 잃었던 소녀와 소녀를 구하려 달려들었던 그녀의 어머니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매번 억울하게 폭력을 당했던 것보다도 또 다시 중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마음에 자책하는 현장의 슬픔이 보입니다. 현장의 지혜로 뭍으로 잡아 올린 잡아 올린 요괴는 얼마 되지 않아 예전 사람의 모습으로 되돌아옵니다.

동요 300수

평소 고기를 즐기는 스승님께 직접 하사 받은 `동요 300수`를 가슴에서 꺼낸 현장은 수중 요괴 사오정을 회유시키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를 독려하듯 부드럽게 노래하는 그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해 픽하고 웃어봅니다.하지만 역시나 그의 이러한 노력은 수포롤 돌아가고 하다못해 그가 잡은 요괴에게 까지 폭행을 당하는 수모를 겪고 맙니다. 그때였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인양 자리에 나타나자 마자 그 자리에서 요괴를 후려쳐 처단해 버리는 여장부 수치(舒淇)가 삼장 앞에 나타납니다. 도둑 무리의 수장이자 출중한 무술 실력을 가진 그녀는 낡은 동요책 한 권으로 살인 요괴를 회유하겠다 설치는 그를 한동안 어이없이 쳐다봅니다. 하지만 분명 회유하여 좋은 요괴로 만들 수 있다 굳게 믿고 있는 현장의 아이 같은 눈빛과 꿋꿋한 기개에 순간 마음을 뺏앗기고 말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 문장 (文章, Wen Zhang)은 그 옛날 주성치가 맡았던 그 특유의 쿰쿰한? 역을 잘 표현해 내고 있었습니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라 연기력은 걱정하지 않았지만 정통 연기를 잘하던 그가 극에 잘 녹아 들 수 있을까 걱정했던겁니다. 뭐 결과는 직접확인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만족. 주성치 감독도 분명 만족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말 못지않게 능청스러워서 주성치 본인이 회춘해 다시 찍지 않은 이상 정말 더이상은 없은 끝판왕 구질 구질이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연기력을 말하는 것이고 문장 배우에 펜입니다.

그로부터 줄곧 그를 따라다니기 시작한 수치는 매번 그를 도우며 용기를 내 몇 번이고 자신의 감정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신을 향한 마음 이외에는 모든 속세의 감정은 부질없다 여기는 현장의 꺽이지 않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화도 내보고 폭력도 휘둘러 보지만 흔들림 없는 그를 보며 그녀는 그저 계속 쫓아다니며 그를 지켜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잡아야하는 요괴는 바로 최근 잘 생긴 외모로 사람을 홀려 잡아먹는다는 돼지 요괴 저팔계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공력은 또 사오정과는 다른 레벨이었고 도저히 방법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현장에게 시장에서 닭다리를 훔치다 들킨 스승님이 나타납니다. `오지산 기슭 여래상 바위 굴엔 몇 백년째 벌을 받고 못 나오는 지천대사 손오공이 있을 것이니 그를 잘 회유해 도움을 받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오지산에는 불당은 커녕 그 표식만 간신히 남은 낡은 절간 문짝만 덩그러니 남아 있습니다.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여 눈에 확 띌 거라던 여래상은 온데간데 없고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은 황량한 호수와 바위 무덤뿐이었습니다. 그의 눈빛이 흔들립니다. 그가 믿었던 종교와 스승님에 대한 불신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올라오자 그는 바로 흔들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좌정하고 한동안 침묵을 합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평온함을 가득 담은 그의 눈이 살포시 열리고 곧 온화한 미소로 가득 채워집니다.그순간  숨막히게 가득 차 있던 돌무덤들은 바로 앞 호수에 드리워진 제 그림자와 짝을 맞춰 누워 있는 여래상의 모습으로 눈 앞에 나타납니다.분명 호수의 면적을 꽉 채운 커다란 불상이 존재했었습니다. 운명_ 신에게 힘을 뺏겨버린 초라한 손오공이 남은 허세를 모두 꺼내 보이며 그에게 끼를 부려 봅니다. 하지만 순진한 삼장도 이번엔 속지 않고 돼지 요괴를 해치울 방책만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방책에 여자가 필요하다는 손오공의 말에 그를 따라다녔던 그녀가 어디선가 불쑥 그들 앞에 나타납니다. 매번 차이면서도 그녀는 그렇게 꿋꿋이 그를 뒤 쫓아다녔던 겁니다. 걸렁대며 사내같던 그녀가 요괴를 유혹하기 위해 긴 머리를 풀고 달빛 아래 춤기 시작합니다. 워낙 매력이 넘치는 그녀인지라 그냥 달빛아래 삼겹살을 구워 먹어도 예뻤겠다싶습니다. 예쁜 것 좋아하는 것은 그저 인간의 마음이겠지요. 그녀의 아름다운 춤사위를 넋을 놓고 감상하던 그를 보며 `그냥 인도에서 법전 구해오는건 다른 사람 이 나중에 하면 되지 않나? 영환데 좀 파격적으로 둘이 엮어주면 좋겠다`관객 모드로 구시렁도 해 봅니다.

신출귀몰_인정할 수밖에 없는 재능


심리학에선 사람의 마음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담을 수 없다고 합니다. 슬프거나 기쁘거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분명 둘 중에 하나라는 뜻입니다. 그게 동시에 일어나면 사람은 병원에 가거나 심하면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하네요. 저는 순간 `웃프다`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동시 감정 아닐까하고요. 그런데 찬찬히 생각해 보니 이 역시 한 가지 감정이었습니다. `웃기지만 상대 기분을 배려해 슬퍼하겠다는 배려적 공감` 표현이었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주성치는 그 어렵다는 복수 감정을 아무렇지 않게 유도해 냅니다. 분명 우울하고 슬픈데 웃게 만드는 그런 알 수 없는 유도 말입니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이게 바로 주성치 영화의 공식이기도 했습니다. 사용된 숫자는 매번 다르지만 분명 같은 공식으로 도출되는 정답처럼 그의 모든 영화는 이러한 기법으로 흘러가며 관객들과 하나가 되고 울고 웃었습니다. 몇 십년째 이어지는 뻔한 기법에 이 정도면 사기다 싶어 다음에는 안 보겠지 싶지만 작가가 죽어야 끝날꺼라는 일본만화 원피스와 경쟁이라도 하는 듯 사람들을 또 그의 영화를 선택하여 울고 웃습니다. 이것이 영화 전문가들이 말하는 재능이고 천재라 칭송받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감독의 성장배경

소림축구에서 썩은 운동화를 소중히 주고받는 연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나이가 된 저는 영화 장강 7호에서 꼬마 외계인이 낙상 사고로 죽은 주성치를 살리고 죽을 때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람도 아닌...cg였는데 말이죠. 마음에 대한 이해력이 높은 그는 어떤 이유로 이런 능력을 쌓았던 걸까요? 참고로 그는 심리학은 커녕 대학 근처도 가보지 않았습니다. 혹 그건 우울했던 어린 시절과 역시나 별 차이 없던 20대의 생존 환경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은 몇 번을 낙방한 오디션을 시험장에 자신을 따라 놀러 온 절친 양조위가 한 번에 감독 눈에 들어 연예계에서 발을 들여놓았을 때 그의 마른 심장엔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요? 이후로도 몇년간 풀리지 않는 자신의 상황과 샴페인을 터트리는 친구와 동료들을 비교하며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매일 인형탈을 쓰고 카메라 앞에 섰던 그는 숨 막히는 인형탈 안에서 어떤 눈물을 흘렸을까요? 성공한 후에도 매번 활짝 웃지 않는 어정쩡한 미소의 그 분위기가 순간 이해됐습니다. 카카오 80% 초콜렛을 입에 머금은 듯 씁쓸한 표정으로 웃는 그의 모습이 그리고 그의 영화가 더이상 구질구질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영화 도성_ 청년시절에도 비쩍 마른 몸 때문에 뭘 입어도 폼이 나지 않던 그는 하필 당시 유행했던 어깨빵 슈트를 입고 화면에 나타납니다. 근데 뭔가 평소와 다른 엄청나게 멋진 분위기 연출과 음악이 깔리며 일명 주윤발 기법이라 불리는 슬로 모션 기법으로 그의 상체가 화면에 비춰집니다. 우스꽝스런 모습을 한껏 기대하고 쳐다보던 관객들은 `웬일이야` 하며 의아해했지만, 앵글이 바뀌고 바뀐 전체 화면 속에 그는 혼자 자체적인 슬로 모션을 구사하며 주위를 빠르게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미소 한 번 없이 진중하게 슬로우 모션으로 걸음을 걷는걸 보게 됩니다. `진짜 천재 맞는구나` 수긍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고통받았던 그 긴 시간동안 자신의 감정을 이리저리 해부하며 인간이 가지는 모든 감정의 혈자리를 다 파악해 낸 것같았습니다. `장강 7호`_ 아들과 함께 부서진 건물에 사는 노동자로 나왔던 그는 그날도 여느 때처럼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합니다. 집에 귀신이 있는 것 같다는 아이의 말을 모두 들어주며 털썩 주저앉는 모습보며 `그냥 자리에 앉는 모습`만으로도 피곤이 절절하게 흘러내리는 그의 연기에 맘이 아파옵니다. 변변치 않은 먹을거리에도 아버지의 귀가가 너무 신난 아이는 집안 물건을 들썩일 때마다 우수수 떨어져 도망가는 바퀴벌레들을 장난감 삼아 놀며 아빠에게 재밌다고 연신 보여줍니다. 정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신파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 보다도 하지 말라는 지적에도 계속 여기저기를 들쑤시는 아이의 행동에 큰소리 한번 없이 손찌검 한번 없이 조용히 타이르는 지친 아버지를 연기하는 그의 눈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연기하는 그 모습은 어린 시절 가난 속에서 자신을 홀로 키워낸 어머니의 모습을 그가 투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줄게 없는 가난한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건 그가 연기해 낸 끝이 없는 인내와 미소뿐이었을 겁입니다. 이렇듯 종종 다시 접하게 된 그의 영화 속엔 예전엔 미처 발견 못했던 섬세한 눈빛과 무언에 표현들이 존재했습니다.  

마치며

종합 선물세트와도 같은 그의 영화는 분명 세대와 성별을 초월한 명절 특선 영화 같은 작품입니다. 누구나 편히 흡수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예술 작품인거죠. 단순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멋진 그의 영화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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