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_액션

영화`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를 본 후

하윤상 2023. 1. 19. 23:08

2005년 여름을 강타했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베트맨 비긴즈(Batman Begins)입니다. 요즘 시대의 히어로라 함은 우주는 기본이고 최소 시공간 정도는 이동해 줘야 영웅 취급을 받는 시대입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빨간 영웅 <<아이언 맨>>이 그러했고, 망치 들고 설치는 <<토르>>가 그러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들과 똑같이 고뇌하고 피 흘리는 배트맨을 사랑하며 그의 등장을 고대합니다. 매력남 브루스 웨인의 유년시절부터 함께해 보시죠.

 

 

섬네일-영화포스터

 

1. 영화 줄거리

얼음 덮힌 중국 어느 시골 산장. 방황의 흔적을 몸에 가득 걸친 한 남자가 힘겹게 계단을 오릅니다. 혼란의 답을 찾으러 떠난 마지막 종착역엔 감옥에서 자신을 한 번에 알아봤던 정체 모를 사내가 서 있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이유 없는 공격. 기력이 없었던 그는 순간 기절해 버리고 정신을 잃어 가는 그 순간에도 해탈의 방법을 찾고자 고통스러워합니다. 정신을 차린 브루스는 그날 이후 스승이자 훗날 운명의 숙적인 앙리 뒤카르에게 무술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보기에도 추워보이는 겨울 어느 날 호수 위에서 훈련 중이던 브루스는 순식간에 물속으로 빠져 버리고 온몸을 벌벌 떨며 불을 쬐려 기어 나온 그에게 얼어버린 손이 아닌 가슴을 먼저 문지르라는 앙리의 말이 생각이 많아지고 맙니다. 사실 어쩌면 그는 초월이라 거창하게 이름을 붙였지만 그저 가슴을 옥죄는 두려움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이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을지 모릅니다.  그것을 없앨 수만 있다면  맘 편히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겁니다.  

 

2. 공존

누구나 대상을 달리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것은 스스로 만든 것일 수도 있고 의도치 않은 충격으로 남은 트라우마일 수도 있습니다. 브루스는 어느 날 용기를 나 자신의 두려움의 실체를 앙리에게 고백합니다. 박쥐 떼 그리고 부모를 죽였다는 죄책감. 그것이 그의 가슴을 짓누르는 원흉이었고 대면하기 힘든 두려움이었습니다.

 

마지막 수련일. 스승인 앙리는 미약을 마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브루스를 홀로 남긴 채 같은 복장의 무술인들 사이로 사라집니다. 브루스는 흔들리는 환영과 공포 속에서 목숨을 위협하는 그의 공격을 받아 냅니다. 두려움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죽지 않기 위해 집중해야 하는 그 순간. 브루스는 깨닫습니다. 자신이 찾고자 하는 그 공포를 물리칠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 이미 한 몸처럼 태어난 감정들을 분리시키고 어느 한쪽만 없애려던 했던 것이 다 부질없었던 것임을 깨닫습니다. 두려움이든 죄책감이든 그저 일상의 감정들과 혼합되어 인생이 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 그는 눈빛의 평온함을 가지게 됩니다. 어쩌면 당연한 이치겠지요. 가까운 사람과의 생사 이별을 겪으면 우리는 죽을 듯한 슬픔을 느끼면서도 그렇게 뻥 뚫린 가슴인 채로 출근을 하고, 밥을 먹고 , 아프면 죽지 않으려 제 손으로 약을 사 먹다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으니까요. 인생의 그릇에 담긴 두려움과 죄책감은 떼어낼 수 없는 것이며,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은 오직 용기를 내 그것을 지배해 내는 것이라 알려줍니다.  

 

3. 배트맨의 탄생

몸속에 남은 암세포와 평화적인 공존을 선택하는 말기 암 환자의 눈빛처럼 그에게선 표현할 수 없는 평온함이 느껴집니다. 집으로 돌아온 브루스는 어느 날 건물 지하에 잠든 수 천마리의 박쥐 떼와 대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잠시 후 그것들은 그날의 그 순간처럼 그를 향해 날아오르며 비명을 질러댑니다. 순간 몸을 움츠렸던 그는 천천히 떨린 가슴을 펴고 우뚝 일어섭니다. 목메게 고통스러웠던 부모를 향한 죄책감 또한 어느새 양질의 거름이 되어 원대한 포부의 밑거름이 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과거 아버지가 선택했던 그 온화한 방식이 아닌 좀 더 강력한 방식으로 고담시를 지켜내겠다는 다짐 하며 배트맨에 관한 모든 계획을 현실화시킵니다.    

 

4. 내가 사랑하는 배우 

갑자기 부모를 잃고 어찌할 줄 몰라하는 가여운 아이에게 진심으로 눈빛을 괜찮다 토닥이는 한 경관이 보입니다. 동료 경찰들마저 마약 거래에 일조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거름 속에서 새싹을 피는 생명처럼 그렇게 여전히 청렴히 살고 있는 형사 고든이 있습니다. "당신은 유일하게 착한 형사니까." 분장한 브루스가 배트맨 가면 너머로 그에게 남긴 찬사입니다. `흑화 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평범하고 선했던 어떤 대상이 사건과 환경에 의해 극단의 인물로 변해버린 것을 말합니다. 유행일까요? 요즘은 이런 흑화해 버린 인물에 대한 동조현상이 많이 보입니다. 부정적으로 풀고 싶진 않습니다. 단지 시대가 책에서 가르쳐줬던 대로 착하고 맑게 살아갈 수 없는 시대임을 대중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다시 말해 영화의 허구는 어쩌면 배트카를 타고 다니는 망토의 사나이가 아니라 썩은 물속에서 함께 삭지 않고 버텨내는 고든과 에밀리 검사와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 생각했습니다. 살짝 논외이긴 한데 기회가 되시면 1992년작 "드라큘라"를 한 번 봐보시길 바랍니다. 뻔한 드라큘라 스토리이지만, 게리 올드만이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를 알 수 있으실겁니다. 드라큐라 백작이 연인과 교회로 쫓겨 죽어가며 보였던 연기는 당시 꼬맹이 관객이었던 필자의 마음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5. 철학자_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융의 이론 (무의식은 의식의 세계보다 더 강력하게 정신을 지배한다`,`인간 집단 무의식 속의 원형은 외부와 연결되면 이미지로 떠오를 수 있다.`)을 영화에 즐겨 사용합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박사 크레인이 독성 물질을 범죄자 팔코니에게 뿌려 무의식 속 공포의 대상이 허수아비를 끌어낼 때 그러했고, 우월한 조건을 가진 주인공 브루스가 한낱 박쥐에 대한 콤플렉스에 시달리다 그것이 약점으로 잡혀 고통당하는 모습에서 그러했습니다.  인물 간의 대사도 참 재미있고 어떤 때는 꽤 철학적 있었습니다. 부잣집 도련님 행세를 하며 시선 돌리기를 하던 브루스가 의도치 않게 호텔 로비에서  어릴 적 친구 그녀를 만났을 때의 상황 말입니다. `사실 나는 네가 생각하는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야." 이해를 갈구하는 브루스의 간절한 눈빛에 그녀의 냉정한 시선과 날 선 한마디를 던집니다. "너를 정의하는 건 생각이 아니고 행동이야."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많이 찔렸던 부분입니다.  

 

6. 보이지 않는 것이 다가 아니다. 

만반에 준비를 하고 급습했지만 오히려 박사가 뿌린 환각제에 정신이 혼미해진 배트맨은 다시 머릿속에 차오른 박쥐 떼들과 바닥에 쓰러져 죽어가는 부모의 환영에 고통스러워합니다. 그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누군가에게 다급히 전화합니다. "알프레드 도와줘요." 아버지뻘이라고 하기에도 이미 그 나이대를 훨씬 넘긴 늙은 집사는 여느 때처럼 득달같이 달려와 손주뻘 도련님을 태우고 집으로 향합니다. 흐트러짐 하나 없던 평소의 몸가짐과 시선은 찾아볼 수 없고 환각에 빠져 알 수 없는 소리를 해 대는 브루스가 걱정되어 눈시울을 마저 붉히고 맙니다. 초보 운전사 마냥 벌벌 떨며 바짝 핸들에 달라붙은 할아버지는 그렇게 희뿌연 빗길을 달리는 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할 듯했습니다. 

 

 

 

 

7. 마치며

보통 꿈꾸던 것을 손에 쥐게 되면 그것이 돈이던 멋진 연인이던 사회적 지위던 뭐든 간에 이상하게 한결같이 차를 먼저 바꿉니다.  간절히 꿈꾸던 것을 이뤄낸 멋진 사람의 모습이 기껏 차를 바꾸는 공통된 모습을 보면서 우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합니다. 평소 대상이나 상황 분석을 즐기는 저는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엔 `정상 인간`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결론을 내린 적도 있습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멀쩡해 보이는 인간이 있을 뿐이다라고요. 그 안에는 일정한 공포가 종류가 다른 죄책감이 분명 존재할 테니까요. 영화에서는 다리가 부러져 꿈쩍하지 못하는 어린 브루스에게 아버지가 손을 내미는 영상이 자주 등장합니다. "넘어진 건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기 위함이야."라는 아버지의 대사는 아마도 오늘 넘어진 당신과 내가 실패자가 아닌 100년을 달려야 하는 마라토너의 숙명을 타고났다 말해주는 것이겠지요. 히어로는 멋지게 날아다니는 인간이 아니고 한 번씩 엎어지는 웅덩이에서 용기 있게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감독 멋진 의도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풀이해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맘껏 분석하고 해석하며 즐거웠던  영화 <<배트멘 비긴즈>>를 여러분께 추천합니다.